본 기획이슈에서는 유전체 검사의 활성화와 그 적용 범위가 확대되는 현시점에서, 최근 제정된 일본의 유전체 의료 관련 법률 동향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국내 법제도의 정비 방향과 윤리적 함의를 제시한 기고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특히 유전체 의료의 입법 과정에서 연구 및 임상적 적용에 있어 의료적, 윤리적, 제도적 적정성 확보를 위한 법적 프레임워크 구축 사례를 확인해보는 흔치 않은 기회를 공유하고, 향후 국내에서도 급변하는 의료환경에 부응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주요 쟁점들을 함께 검토해보고자 한다.
1. 서론
인간 유전체와 관련된 지식과 기술을 임상에서 활용하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2004년 한국에서 제정된「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약칭, 생명윤리법)」은 유전체 의료보다는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연구의 진보에 따라 개정을 거듭하였다. 그러나 기존 법제 거버넌스가 의료에 적용하기에 적절한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반면, 일본은 2023년 「양질의 적절한 유전체 의료를 국민이 안심하고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책의 종합적・계획적 추진에 관한 법률(良質かつ適切なゲノム医療を国民が安心して受けられるようにするための施策の総合的かつ計画的な推進に関する法律, 약칭, 유전체 의료추진법)」을 제정했다 . 1) 일본은 지난 2000년에 「인간 유전체 연구에 대한 기본원칙」을 발표하였으나, 연구규제의 강제성이 부족하고 유전자 차별을 금지하는 정책 추진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2) 그러나 유전체 의료추진법은 기존 거버넌스의 한계점을 해소하며 안전한 유전체의료를 위한 시책을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글은 일본의 유전체 의료추진법을 개략적으로 소개하고 윤리적 논의를 살펴봄으로써 관련 함의를 제시하고자 한다.
2. 유전체 의료추진법의 구성 본 법률은 크게 제1장 총칙, 제2장 기본계획, 제3장 기본시책, 그리고 부칙으로 구성된다. 제1장은 법의 목적, 정의, 기본이념, 국가와 지자체와 의사등 연구자의 책무, 재정적 조치를 다룬다. 이 법에서 유전체의료는 “개인의 세포의 핵산을 구성하는 염기서열의 특성 또는 해당 핵산의 기능 발휘의 특성에 따라 해당 개인에게 행하는 의료”를 말한다. 또한, 이 법에서 명시한 유전체 의료의 세 가지 기본이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유전체 의료의 연구개발·제공을 증진하고 의료 보급의 확산, 둘째, 연구개발·제공에서 적절하게 생명윤리 이슈를 고려하는 것, 셋째, 연구에서 확보된 유전정보를 보호하고 해당 정보로 인해 부당한 차별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 법률은 유전체 연구·의료의 증진, 생명윤리, 유전정보에 대한 권익 보호를 추구한다고 요약할 수 있다.
제2장은 기본계획 수립 시 정부가 유전체 의료 시책에 대한 기본방침, 정부가 실시해야 할 종합적 및 계획적 시책, 그리고 그 외 시책 추진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포함할 것을 정하고 있다. 제3장의 기본시책은 제1장에서 명시한 기본이념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조항들로 구성된다. 첫 번째 기본이념인 유전체 연구·의료의 증진은 유전체 의료의 연구개발 추진(제9조), 유전체 의료의 제공 촉진(제10조)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둘째, 생명윤리의 경우, 정보의 축적, 관리 및 활용에 관한 기반 정비(제11조), 유전 상담지원(제13조)에서 윤리적 환경 조성, 생명윤리를 직접적으로 명시한 조항(제14조)으로 구분된다. 마지막으로 유전정보와 관련된 권익 보호는유전체 정보의 적정한 취급(제15조)와 차별 등에 대한 적절한 대응(제16조)로 이루어져 있다. 그 밖에도, 유전체추진법은 의료 외 목적의 유전자 분석에서 질 관리(제17조), 교육(제18조), 인력 확보(제19조), 관계자 및 지방자치단체협력(제20조, 제21조)를 포함한다.
3. 유전체추진법 제정 이후 주요 쟁점 유전체추진법에서 명시한 생명윤리 관점과 그 취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법의 제정 이후 전개된 논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법 제정 이후, 지난 2023년 12월부터 2024년 9월까지 총 여덟 차례에 걸쳐 이 법에서 요구하는 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하여 정부 위원회가 개최되었다. 그 중 생명윤리와 관련하여, 개인정보보호, 유전정보 공개, 차별금지, DTC산업 규제가 주요 쟁점으로 논의되었다.
먼저, 현 일본 정부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요배려개인정보(要配慮個人情報, 한국 개인정보보호법상 민감정보)에 유전정보를 포함한다고 해석하였다. 3)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에서 말하는 민감정보의 개념과 유전정보 사이의 관계성을 충분히 검토한 이후에 법률을 준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두 개념에 차이가 있다면, 유전정보를 효과적으로 보호 및 관리하기 어려운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존의 법률을 준용하는 것이 아니라 유전정보를 별도로 구분한 법조항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유전정보의 공개에 대해서도 논의하였다. 다른 정보와 달리 유전정보가 공개되면 그 당사자와 가족까지 영향을 준다. 정보공개의 원칙에 따라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불필요한 불안을 야기할 수 있어 제한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반대로, 유전정보는 가족구성원도 이해당사자이기에 정보 청구가 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연구윤리지침 상, 연구 결과의 설명의무만이 존재해 진료에서 유전정보 제공 시 유의사항 및 고지의무에 대해 명확히 할 필요성 또한 제기되었다.
유전정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당한 대우 및 차별도 쟁점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 정부는 노동 및 보험에서 구체적인 대응책을 제시하였다. 후생노동성은 직업안정법과 노동계약법에 의거하여 직장 내 유전정보 수집 및 활용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4) 또한 금융청은 보험회사의 유전정보 수집 및 이용금지와 보험금 차등 책정금지를 요청하기로 하였다. 5) 그러나 노동과 보험 외 분야에서도 차별이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할 때, 차별금지에 관한 규제 및 가이드라인, 구제제도 등의 부재가 향후 해결되어야 할 의제로 거론되었다.
다음 쟁점으로, DTC 산업에서 유전정보 활용이 개인 권익의 침해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는 우려에 따라, 해당 산업 제재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그러나 성행 중인 DTC 유전자 검사 사업 등을 금지하기는 어렵다고 보면서, 2020년 경제산업성에서 발족한 “DTC 유전자 검사 사업방향성에 관한 연구회”를 통하여 대응하는 것이 강조되었다. DTC의 국가인증제도와 무분별한 유전정보 남용을 막기 위한 규제 정비도 요구되었다.
유전체 의료로 포함될 다양한 의료기술과 관련된 논의도 진행되었다. 배아 단계에서 유전자 편집기술, 착상 전 진단 등과 같이 한동안 윤리적 논의가 진척되지 않았던 기술들이유전체 의료로 해석될 위험성이 제기되었다. 예를 들어 배아 편집기술의 경우, 기존 윤리 지침에 따르면, 현재 연구 목적은 금지되지만, 의료 목적은 금지한다는 언급이 없고, 행위자에 대한 처벌 규정도 없다. 6) 안전한 법률의 시행을 위해서 본 법률이 다루는 의료기술의 범위를 규정하면서도, 다른 신의료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의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일본의 유전체 의료추진법의 제정 및 관련 논의를 통하여 발견된 생명윤리적 함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의 생명윤리법상 유전정보의 보호는 일본 정부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용해왔다. 한국은 이미 민감정보에 유전정보가 포함된다는 인식이 보편적이지만, 유전정보의 독자성을 강조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점, 특히 유전정보로 인한 차별은 치명적일 수 있다. 유전정보의 민감성과 의미를 사법제도, 의료기관 등에 명확히 인지시키기 위해서는, 생명윤리법 테두리 밖에서 유전정보의 특수성을 고려한 개념 분리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둘째, 생명윤리법은 유전체 연구 및 검사를 규율하고 있으며, 일본과 마찬가지로 진료 시 유전정보의 공개의무 내지공개범위에 대한 규정이 부재하다. 유전체 의료의 도입 시, 유전자 검사의 활성화와 유전정보의 확보가 환자나 그 가족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보호 규정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유전정보로 인한 차별 금지는 생명윤리법 제46조에서 규정되어 있지만, “누구든지 유전정보를 이유로 교육, 고용, 승진, 보험 등 사회활동에서 다른 사람을 차별하여서는 아니된다”는 표현은 다소 모호한 부분이 있다. 유전정보가 가족력이 되어 개인만이 아니라 그 가족 전부에게 부당한 처우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이 명시되지 않았다. 또한 생명윤리법 제46조 상 타법의 예외를 인정한다는 점이 보험의 특약과 같은 민감한 이슈에도 적용되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따라서 제46조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담긴 가이드라인 내지 특별법이 마련되어야 임상 및 비임상에서 차별을 예방하거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DTC 국가인증제도가 비교적 잘 작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산업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제기되고있다. 특히 임상과 비임상의 경쟁적 구도는 향후 의료보장이나 형평성, 의료 격차의 관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신산업 모델이 등장할수록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국내에서도 새로운 연구 분야나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생명윤리법의 적용을 어떻게 할 지가 쟁점일 정도로 생명윤리법은 구체적이고, 엄격한 규제 방식을 이어왔다. 앞으로 발전하는 유전체학에 발맞추어 연구 및 임상의규제 거버넌스의 폭을 넓힐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생명윤리법에서 치료적 연구를 명시함에도 불구하고 첨단재생의료법의 존재는 유전체 의료의 정착을 위하여 특별법의 제정 이유를 제시한다.
유전체 의료는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맞이해야 할 변화의 방향이다. 윤리적으로 좀 더 나은 방향을 지향하고 환자의 권리 보호를 실현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하여 전문가와 사회의 관심과 논의가 필요하다.
[References]
1) Act on the Comprehensive and Systematic Promotion of Policies to Ensure that Citizens Can Receive
High-Quality and Appropriate Genome Medicine with Peace of Mind[良質かつ適切なゲノム医療を国民が安
心して受けられるようにするための施策の総合的かつ計画的な推進に関する法律], https://laws.e-gov.go.jp/law/
505AC1000000057.
2) Muto, Kaori., et al. Is Legislation to Prevent Genetic Discrimination Necessary in Japan? An Overview of the
Current Policies and Public Attitudes. Journal of Human Genetics. 2023;68(9): 579-585 p.
3) Personal Information Protection Commission. Guidelines for the Axt on the Protection of Personal Information[
個人情報の保護に関する法律についてのガイドライン]. 2022. 11-15 p.
4) Ministry of Health, Labour and Welfare. Securing Measures Against Unfair Discrimination Based on Genom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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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Financial Services Agency. Main Issues Raised by the Financial Services Agency at the Meeting for Exchanging
Opinions with Industry Groups (Life insurance industry held on February 15, 2024)[業界団体との意見交
換会において金融庁が提起した主な論点(令和6年2月16日開催生命保険業界)];2024. 2 p.
6) Ministry of Education, Culture, Sports, Science and Technology, Ministry of Health, Labor and Welfare. Ethical
Guidelines for Research Using Genetic Modification Technology on Human Fertilized Embryos[ヒト受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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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 al. Ethical Guidelines for Research Using Human Fertilized Embryos[ヒト受精胚を作成して行う研究に関
する倫理指針]. 2024. 1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