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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 데이터를 포함한 건강 데이터(health data) 일반의 공유에 대한 논의가 점차 구체화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데이터 공유를 위한 기술로서의 블록체인(blockchain)이 지속하여 검토되어 왔다.[1] 건강 데이터를 특정한 개인의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 측면 때문에, 그리고 그 사유화가 보건의료 기술의 발달에 상당한 해악을 끼칠 수도 있다는 이유로, 더불어 지금까지 병원이 독점해 온 건강 데이터에 개인과 대중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당위로 인해 데이터 공유 논의와 실천은 다층위에서 확대되고 있다. 한편, 분산원장(distributed ledger)으로써 블록체인은 이런 데이터공유의 백본(backbone)으로, 다른 기술이 제공할 수 없는 불역성(immutability), 탈중앙화, 접근 통제를 이미 확립했다는 점에서 보건의료[2-3]와 유전[4-5] 영역에서 그 적용이 검토되었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통한 유전 데이터 공유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현재 블록체인을 통해 유전 데이터를 공유하고자 시도한 몇몇 업체는 유전 데이터를 공유한 개인에게 암호화폐를 제공하여 접근 통제와 향후 활용에서의 보상을 제공하고자 해 왔다.[6] 이 방식은 유전 데이터의 상품화(commodification)라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둘째, 블록체인 기술은 그 세부사항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될 수 있으며, 블록체인이 약속하고 있는 탈중앙화와 민주화는 모든 블록체인 기술이 제공하는 특성이 아니다. 그럼에도, 유전데이터 공유에 블록체인의 활용을 주장하는 이들은 모든 블록체인이 다 탈중앙화가 가능하거나 또는 그에 기여한다고 말하고 있으며, 이는 논리적 오류다.
이 글은 블록체인 활용에 관한 두 근거를 비판하고, 보건의료 데이터, 특히 유전 데이터 공유에 블록체인이 답이라는식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블록체인은 특정 기관이 내부에서 데이터를 공유하는 목적으로 활용할 때엔 그 역할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으나, 일반인 또는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공유와 활용의 플랫폼으로서는 현재 시점에서 부적절하다.
왜 유전 데이터의 상품화가 문제가 되는가 유전 데이터를 블록체인을 통해 공유하고자 하는 다수 업체는 23엔드미(23andMe) 등의 서비스를 통해 개인이 획득한 전장유전체분석(WGS) 결과를 자사의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공유할 것을 제안한다.[7] 이때 업체는 향후 데이터가 활용되었을 경우 개인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메커니즘을 제시하거나, 익명으로 데이터를 공유하는 대신 암호화폐로 보상을 주는 방식을 취한다.
이런 방식이 기존의 유전 데이터 활용 방식과 달리 개인에게 그 활용에 대한 직접 보상의 가능성을 높인다고 하더라도 현실에서 활용되었을 경우 법적, 윤리적 문제가 발생한다. 먼저, 유전 데이터 공유에 대한 충분한 동의와 공정한 보상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유 행위가 먼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공유된 유전 데이터는 미래에 활용될 것이며, 이때 어떤 형식으로 연구, 활용되고 얼마나 가치를 지닐지 현재 시점에선 알 수 없다. 또한, 이런 접근은 유전 데이터 공유의 지역차를 발생시켜 기존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다시 말해, 저소득 국가 및 지역에선 같은 비용으로도 유전데이터 공유의 동인이 커진다).
무엇보다, 유전 데이터 공유에 대한 금전적 보상은 신체의상품화라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8] 유전 데이터는 개인을 가장 분명하게 식별할 수 있는 정보라는 점에서 개인의 정체성과 관련되어 있으며 여러 문헌은 이를 “유전적 자아(genetic self)” 개념으로 다루어 왔다.[9] 이러한 논의에따르면 유전 데이터를 매매하는 것 자체가 신체를 상품화하는 것과 유사하게 취급될 수 있으며 노예제 이후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비록 유전 데이터 공유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그 공유자에게 주어져야 할 지라도, 그것은 인체유래물 기증과 같이 기증의 패러다임에서 검토되어야 한다.[10] 유전 데이터가 우리 신체와 분리하기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는 한, 그것은 신체 일부의 공유와 동등하게 취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전 데이터를 특정 기관이나 회사가 수집, 관리하는 것과 관련하여 그 방식이나 절차에 대해 여러 검토가 있었으며, 이때 보안이나 관리 책임 등은 전면적으로 해당 기관에 귀속되며 반대로 이들이 데이터를 독점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11] 따라서 데이터 활용을 위한 가명처리 등이 논의되어 왔고,[12] 그 외에도 개방형 플랫폼의 구성 가능성과 필요성에 기반을 두고 블록체인의 활용이 검토되어 왔다. 예컨대, 약물유전학 정보 공유 플랫폼을 제안한 한 논문[13]은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한 약물유전학 데이터의 공유가 보안 및 프라이버시, 투명성, 탈중앙화를 달성하며 이는 독점의 방지와 당사자 다수의 집합적 결정에 따른 데이터접근, 공유, 활용 결정을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유전 데이터 공유의 탈중앙화와 민주화는 포용적 의사결정(inclusive decision-making)과 다양한 당사자의 이익을 반영한 정책 운용을 가능케 하므로 윤리적이라는 것이다.[14]
원리적으로 블록체인은 보안, 탈중앙화, 민주화를 모두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이 맞다. 그러나, 이 논의는 유전 데이터나 건강 데이터에 직접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데, 유전 데이터의 경우 보안과 탈중앙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정의상 개방형 분산 원장이므로, 네트워크 참여자에게 그 내용이 모두 공개된다. 이때 유전 데이터는 두 가지 이유에서 블록체인에 그대로 업로드가 불가능하다. 우선 유전 데이터를 그대로 모두에게 공개하는 선택을 누구도 내리지 않을 것인데다가, 또한 완전히 익명화하여 공개한다고 하더라도 확장성의 한계로 유전 데이터 전체가 블록체인에 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유전 데이터 공유는 별도의 보관 서버에 데이터를 보관하는 오프 체인 방식을 택한다. 블록체인은 메타데이터 또는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 기반 온 체인 방식으로 활용한다. 즉, 유전 데이터의 메타데이터만 블록체인에 올리거나 자동화된 접속 관리 체계를 활용하여 특정 사용자에게만 데이터 접속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게 된다. 이 경우 결국 유전 데이터는 중앙 서버에 보관된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블록체인 기반 데이터접속이 탈중앙화와 민주화를 구현한다고 해도, 결국 데이터가 중앙 서버에 남는 한 유전 데이터 관리 자체는 탈중앙화와 민주화를 달성하지 못하며, 유전 데이터 서버를 관리하는 업체가 모든 통제권을 가지게 된다. 이때, 블록체인 도입은 기술적 복잡성을 증가시킬 뿐, 애초에 목표했던 투명성을 거버넌스에 부여할 수 없다.
물론, 이에 대한 기술적 해결책이 존재하며, 예컨대 IPFS와같은 분산형 파일 시스템을 채택하여 유전 데이터 자체도 탈중앙형 저장 방식으로 전 세계의 서버에 나누어 저장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검증 저장 공간 이슈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즉, 블록체인 기술 도입 자체가 유전 데이터 공유에 탈중앙화와 민주화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여겨지는 것은 잘못이다. 이는 범주 오류라고 할 수 있는데, 블록체인의 특정 방식이 탈중앙화와 민주화의 속성을 지니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블록체인 기술이 이를 가능케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 글은 유전 데이터 공유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것이 지닌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하였다. 첫째, 현재 형태의 블록체인기반 유전 데이터 공유는 유전 데이터(따라서 신체) 상품화이며, 이는 현재 법적, 윤리적 상황에서 허용되기 어렵다. 둘째, 블록체인 기반 유전 데이터 공유는 보안, 탈중앙화, 민주화를 제공할 것을 약속하고 있으나, 실제 구현에서 탈중앙화와 민주화는 달성되기 어렵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유전 데이터 공유에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논의는 재검토가 필요하다.
물론, 여기에서 블록체인을 기관 내 공유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것, 즉 허가형(permissioned) 블록체인의 사용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국가·다기관·다학제 연구가 부각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허가형 블록체인으로 연구단 상호, 또는 기관 상호 데이터 공유를 위해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것은 보안과 안정성 측면에서 충분한 이점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술 활용 적절성에 관한 포괄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 특히 블록체인의 적정 활용 연구가 요청됨을 지적하는 것으로 본 논의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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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Hölbl M, Kompara M, Kamišalić A, Nemec Zlatolas L. A systematic review of the use of blockchain 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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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Saeed H, Malik H, Bashir U, Ahmad A, Riaz S, Ilyas M, et al. Blockchain technology in healthcare: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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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Mullin E. This new company wants to sequence your genome and let you share it on a blockchain. 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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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Bryce, Emma. “This Startup Wants You to Sell Your Genetic Data on the Blockchain.” WIRED, February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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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차현재, 김준혁. “건강데이터 기증 및 공유의 윤리적 접근: 인체유래물 기증 절차를 참조하여.” 생명, 윤리와 정책 6, no.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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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Moodley K, Cengiz N, Domingo A, Nair G, Obasa AE, Lessells RJ, de Oliveira T. Ethics and govern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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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홍동완. 『유전체 데이터의 안전한 보호·활용 방안에 대한 연구』 최종보고서. 서울: 한국보건의료정보원; 2023.
13. Albalwy, Faisal, John H. McDermott, William G. Newman, Andrew Brass, and Ang Davies. “A Blockch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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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Alvarellos, Maria, Hadley E. Sheppard, Ingrid Knarston, Craig Davison, Nathaniel Raine, Thorben See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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