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On V

유전체 편집 기술과 출생의 윤리

Focus On IV Technology Trend
이 일 학
연세의대 의료법윤리학과

인간유전체 편집 기술은 질병 치료를 포함하여 의학연구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으나, 인간 사회가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근본적인 윤리적, 사회적 질문들을 던졌다. 특히, 생식세포 유전자 편집 기술은 수태 시점부터 자녀의 특성을, 비록 제한적이지만, 규정하는 것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또 다른 윤리적 논의를 촉발한다. 이 글은 유전체 편집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들을 개관하고, 부모의 윤리적 권한과 책임,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을 다루는 데 있어 ELSI(Ethical, Legal, and Social Implications) 연구(윤리적, 법적, 사회적 함의 연구)의 중요성을 살펴볼 것이다.

1. 유전체 편집을 둘러싼 윤리적 문제들

유전체 편집 기술의 발전은 '맞춤 아기'라는 개념을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와 함께 기대를 낳는다. 기존의 기술이 착상 전 유전자 진단 등을 통해 특정 배아를 선택하는 것이었다면, 유전체 편집은 특정 배아를 편집하는 행위로 나아간다. 안전성 문제 외에도, 유전체 편집은 크게 치료, 예방, 그리고 능력 향상의 범주에서 윤리적 분석이 이루어진다.

1.1. 혐오와 불편함: '비자연성'에 대한 항변

유전체 편집에 대한 반대 의견 중 하나는 '비자연성' 주장이다. 주로 감정적 불편함에 호소하는 것으로 합리적인 판단보다는 도덕적 이해가 과학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 발생하는 불안함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비자연성에 대한 항변은 단순히 과학적 지식의 부족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삶이 놓여 있는 조건과 우리가 부여한 가치에 기반한 것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는 인간의 생식 과정에 의학이 개입하는 정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1.2. 치료, 예방, 그리고 능력 향상의 경계

유전체 편집의 윤리적 스펙트럼은 유전적 이상을 치료하는 것에서부터, 질병 위험 요소를 예방하는 것, 나아가 인간의 능력을 향상시키려는 시도까지 확장된다. 이 경계에 따라 윤리적 평가나 입장에 차이가 생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전적 이상을 치료하거나 질병 위험 요소를 제거하여 질병을 예방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예방'이 곧 질병이 발생하지 않을 것을 보장하지는 않으며, 유전적 예방을 질병 치료와 완전히 별개의 범주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도 존재한다. 한편 유전체 편집을 통한 능력 향상 시도는 아직 달성하기 어렵지만, 이는 '나의 이미지'대로 아이를 만들려는 행위, 즉 우생학적 관점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윤리적 논란을 낳는다. 이는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본질과 사회적 가치를 재고하게 한다.

2. 부모의 윤리적 권한과 책임: 세 가지 원칙

유전체 편집을 통한 자녀 출산의 윤리적 논의는 주로 부모의 권한과 책임에 초점을 맞춘 세 가지 원칙, 즉 출산-선행의 원칙, 출산-자기결정권 원칙, 그리고 사전주의 원칙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2.1. 출산-선행의 원칙

이 원칙은 재생산을 결정한 부모는 선택 가능한 아이들 중 최선의 삶을 살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를 선택해야 할 중요한 도덕적 이유를 갖는다는 것이다. 유전학적 관점에서 볼 때, 가장 높은 복리를 누릴 것으로 예상하는 아이, 즉 가장 유리한 아이를 선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착상 전 유전자 진단 등의 발달로 인해 이 원칙의 설득력은 커졌으며, 특정 질환에 관련해서는 그 구속력이 매우 크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유전자 조작이 가능한 상황에서 이 원칙이 여전히 유효한지, 그리고 기술의 확률 및 지식의 확실성과 결합될 때 그 구속력이 어떻게 변하는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2.2. 출산-자기결정권 원칙

이 원칙은 부모가 자녀를 갖기로 결정하고 선택이 가능하다면, 자율적으로 선택한 한도 내에서 어떤 출산 옵션이라도 도덕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율적 판단은 외부의 강요 없이, 자신의 목표와 수단을 이해하고 내린 판단을 의미하지만,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실현 가능성이 없거나,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가치를 벗어나는 경우 등에는 한계가 따른다. 이 원칙의 가장 큰 논란은 태어날 아기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당사자라는 점이다. 태어날 아기의 이익을 고려할 때, 부모의 자율성에 한계가 있어야 하는가, 그리고 세대 간 정의의 문제와 비존재의 문제 (태어나지 않은 아기와 태어난 아기는 다르고 이 둘의 이익은 비교할 수 없다는 문제)가 복잡하게 얽힌다. 또한, '의미 있는 삶'에 대한 판단을 누구의 관점에서 할 것인가도 중요한 논점이다.

2.3. 사전주의(事前注意) 원칙

사전주의 원칙은 인간의 유전자 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술에 대해 조심스러운 접근을 요구한다. 그러나 이 원칙이 지나치게 적용될 경우,진보와 혁신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한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기술에 수반된 모호함을 인식하고 관련 문제를 투명하게 공유하며 적절한 대책을 수립할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3. 유전체 편집 시대, ELSI 연구의 기여와 사회적 맥락

유전체 편집에 대한 윤리적 판단은 문화적, 사회적 가치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으며, 사회적 제도와 환경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한 연구의 전략으로서 ELSI 연구는 새로운 기술의 개발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사회적, 법적, 제도적, 윤리적 문제를 연구하는 활동이다. 유전체 연구 분야에서 ELSI 연구는 내재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ELSI 연구의 윤리적 과제는 과학 연구의 형식적인 요식 행위나 과학 기술에 대한 사회의 오해를 정교화하여 진보의 장애물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관리하는 것이다. ELSI 연구는 기술 개발의 허용 여부, 허용 범위 결정, 그리고 허용 후의 행위 원칙 수립 등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제공함으로써,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공익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회적, 법적, 윤리적 측면을 유전체학 발전 과정과 보조를 맞추어 수행되는 ELSI 연구는 유전체 편집이 본질적으로 '편집'의 개념처럼, 편집자가 속한 맥락의 문제, 즉 가치 지향적인 행위이며, 사회적 맥락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갖는다. 편집은 원래의 초안을 '변화시키는' 것이며, 이는 저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가치를 부여하는 행위와 같다. 따라서 유전체 편집 기술이 사회에 수용되기 위해서는 과학적 진실을 사회 전반에 '번역'하고, 시스템과 전문가에 대한 신뢰, 그리고 정의와 같은 사회적 제도의 확립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결론: 진보와 윤리의 조화

유전체 편집 기술은 "인류가 수태 이전에 다양하게 선택하려 했던" 노력의 연장선에 있지만, 생식세포 편집은 선택을 넘어 유전적 구성을 직접 유도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윤리적 개입으로 여겨진다. 우리는 이 기술의 모호성을 인식하고, '잘못된 출생'을 근거로 소송이 가능한 분위기 속에서 부모의 선택이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지를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ELSI 연구는 바로 이러한 논의의 핵심 축이 되어야 한다. 과학적 진보와 윤리적 이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사전주의 원칙이 혁신을 저해하지 않도록 균형을 잡고, 모든 사회 구성원이 기술의 영향을 투명하게 공유할 수 있는 정책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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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Sheehan, M. (2009). Making Sense of the Immorality of Unnaturalness. Cambridge Quarterly of Healthcare Ethics, 18(02), 177-12.
3. Sandel, M. (2004). The case against perfection. The Atlantic Monthly, 293(3), 5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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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Braun, M., & Dabrock, P. (2017). Mind the gaps! Towards an ethical framework for genome editing. EMBO reports, 19(2), 197-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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