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은 박테리아의 면역체계인 CRISPR (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palindromic repeats) – Cas (CRISPR associated) 시스템에서 유래한 것으로, 2012년 유전자 편집에 활용될 수 있음이 증명된 후, 인간 뿐 아니라 지구상의 많은 종에서 사용되어 왔다. 이 기술이 인류사회에 널리 기여한 공로로 2020년에는 노벨화학상이 수여되었고, 2023년에는 이를 활용한 최초의 유전자 편집 치료제인 카스게비(CASGEVY, 혹은 Exa-cel) 치료제가 영국에 이어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통과되면서 상용화 되었다. 자연의 원리 규명에서 기술의 발명, 치료제 개발까지 의생명과학 역사에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매우 빠르게 진행되어 온 것이다. 지금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토대로 염기교정(Base editing) 및 프라임교정(Prime editing) 기술 등이 개발되었고, 계속해서 혁신적 기술들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그림 1-가). 본 연제에서는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 들의 최신 동향을 소개하고, 이를 이용한 유전자 교정 치료제 개발 전망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그림1> (가) 다양한 유전자 편집기술, (나) 유전자 편집 치료제 모식도
(DSB: Double-Strand DNA Break, NHEJ: nonhomologous end joining, HDR: homology directed repair, nCas9: Cas9 nickase, pegRNA: prime editing guide RNA, UGI: Uracil DNA glycosylase)
2.1.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원형
대표적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인 CRISPR-Cas9은 가이드 RNA (guide RNA)와 상보적인 DNA 서열을 인식하여 DNA 이중가닥 절단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1]. 우리는 20개 서열로 이루어진 가이드 RNA의 일부만 바꿔줌으로써 손쉽게 유전체 상의 타겟 DNA 위치를 변경할 수 있다. 크리스퍼에 의해 DNA 이중나선이 절단된 후, 세포에서는 스스로 복구하는 기작이 작동하게 되는데, 이 수선기작은 대표적으로 i) 비상동말단부착(nonhomologous end joining; NHEJ) 방식과 ii) 동형방식수선(homology directed repair; HDR) 방식으로 이루어진다[2]. 비상동말단부착 수선과정을 통해 DNA가 복구될 경우, 절단된 DNA 주변에 임의의 작은 서열이 삽입(insertion) 되거나 결실(deletion)되는 식의 돌연변이가 유도되어 유전자의 기능을 잃는 녹아웃(knock-out, KO)이 일어 나게 된다. 반면, 주형 DNA (donor DNA)를 기반으로 동형방식수선이 이루어지게 되면, 원하는 서열로 교체 하거나 긴 서열을 삽입하는 등의 녹인(knock-in, KI)을 유도할 수 있다(그림 1-가). 하지만, 이러한 유전자 녹인은 세포주기 중 S, G2기에서 주로 활성화되기 때문에 분열하지 않는 세포에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유전자 교정 효율이 1~5% 정도로 낮게 발생한다는 한계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비상동말단부착에 의한 유전자 녹아웃 역시 동시에 확률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유전자 치료제와 같은 정밀 유전자 편집을 시도할 경우 적합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2.2.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한체 외(ex vivo) 유전자 편집 치료제
앞서 서술한 바와 같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하면 타겟 유전자를 손쉽게 녹아웃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특성을 활용하여 즉, 특정 부위를 망가뜨려 유전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가능할까? 스위스에 본사를 둔 크리스퍼 테라퓨틱스(CRISPR Therapeutics) 사와 미국 버브테라퓨틱스(Verve Therapeutics) 사가 공동개발한 카스게비가 그 가능성을 처음으로 증명하였다. 유전자 편집 치료제는 유전자 교정 과정이 어디에서 이루어지는지에 따라 체 외(ex vivo)와 체 내(in vivo) 유전자 편집 치료제로 구분된다(그림 1-나). 카스게비는 환자 유래 조혈모세포의 유전자를 체 외에서 편집하여 다시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식의 자가이식(autologous) 유전자 편집 치료 제로 낫 모양 적혈구 빈혈증(sickle cell disease, SCD) 과 지중해성 빈혈(beta thalassemia, TDT)의 치료를 목적으로 한다. 이들질환은 헤모글로빈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HBB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되는데, 카스게비는 HBB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교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BCL11A라는 유전자의 인핸서 (enhancer) 부위를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망가뜨리는 방식으로 작동한다[3].
인간의 헤모글로빈은 태아 시기엔 alpha globin (HBA)과 gamma globin (HBG)이 결합한 fetal hemoglobin (HbF) 상태로 발현되지만, 생후를 기점으로 HBG의 발현이 beta globin (HBB)의 발현으로 점차 대체되어 HBA와 HBB가 결합한 adult hemoglobin (HbA) 상태가 된다. 이때 BCL11A 유전자는 HBG의 전사조절서열에 붙어 HBG의 전사를 저해하여 HBB의 발현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카스게비는 CRISPR-Cas9으로 BCL11A의 인핸서 영역을 타겟하여 그 부위를 망가뜨려 BCL11A의 발현을 낮춤으로써, 결과적으로 다시 HBG 발현이 지속되도록 바꿔준다. 이러한 방식으로 HbA를 HbF로 대체시키며, HBB 유전자에 SCD와 TDT 질환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가 있다 하더라도 헤모글로빈 형성에 관여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질병을 치료한다(그림 2).
<그림2>낫 모양 적혈구 빈혈증에 대한 체외 유전자 편집 치료 전략.
(CASGEVY: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이용, BEAM-101: 아데닌 염기교정 이용)
2.3.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활용한체 내(in vivo) 유전자 편집 치료제
한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환자 몸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으로도 유전자 편집 치료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에는 유전자가위를 체 내로 전달할 수 있는 도구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크게 바이러스(viral)와 비바 이러스(non-viral) 전달체가 있다(그림 1-나). 아데노 바이러스, 아데노-연관 바이러스(AAV), 렌티바이러스 등과 같은 바이러스 전달체는 생체 내로 높은 효율로 전달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유전자가위 발현이 체 내에서 1년 가까이 오래 지속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잠정적으로 좋은 방법이 아닐 수 있다. 비바이러스 전달체로는 지질나노입자(Lipid nanoparticle, LNP)와 바이러스-유사입자(virus-like particle, VLP), 폴리머구조체 등이 있는데, 생체 내에 오래 지속되지 않는 일시적인 전달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안전성(safety) 측면에 서는 장점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바이러스 전달체 대비 전달효율이 높지 않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원형 기술을 활용한 대표적인 체내 유전자 편집 치료제로는 미국 인텔리아 세러퓨틱스 (Intellia Therapeutics) 사에서 임상시험 중인 ATTR (Amyloid Transthyretin) 아밀로이드증 치료제를 꼽을 수 있다[4]. ATTR 아밀로이드증은 간에서 생성되는 단백질인 트렌스티레틴(TTR) 유전자 변이로 발생하는 것으로 비정상 트렌스티레틴 단백질이 심장 등 여러 조직에 쌓이면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NTLA-2001’ 로 명명한 치료제는 지질나노입자를 통해 Cas9 mRNA와 가이드 RNA를 직접 간세포(hepatocyte)에 전달하여 TTR 유전자를 망가뜨림으로써 작용된다. 현재 임상 3상 중에 있는데, 1~2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 향후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원형을 이용한 치료제들은 병원성 돌연변이를 정상으로 회복시키기 보다는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저해하거나 또는 특정 서열을 제거함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을 통한 유전질환 치료 전략은 한정적이며, 병원성 돌연변이를 정상으로 직접 교정하는 방식의 유전자 편집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기본적으로 DNA 이중나선 절단을 수반하기 때문에, 이로 인해 긴 유전자 손실(large deletion)이나, 염색체 전좌(translocation), P53 활성으로 인한 세포 사멸, 크로마틴 구조 변화에 따른 세포 노화 등의 잠재적인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2.4. 비욘드 크리스퍼 1 - 염기교정 기술과 유전자 편집 치료제
그렇다면, 유전자 돌연변이 서열을 직접 교정하는 것은 가능할까? 염기교정 유전자가위(base editor, BE) 기술은 nickase Cas9 (nCas9)에 탈아미노화효소(deaminase)를 부착하여 타겟 서열의 염기를 직접 치환 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그림 1-가). 염기교정 기술은 사용되는 탈아미노화효소 종류에 따라 구분되는데, 대표적으로 A:T to G:C 염기치환을 유도하는 ABE (adenine base editor)와 C:G to T:A 염기치환을 유도하는 CBE (cytosine base editor) 등이 있다[5, 6].
미국의 빔 테라퓨틱스(Beam Therapeutics) 사는 염기교정 원천기술을 보유한 회사로 현재 염기교정 기반 유전자 교정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BEAM-101’로 명명한 치료제의 경우, 앞에서 서술한 카스게비와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작용하는 자가 이식 체외 유전자 편집 치료제이다. 카스게비의 경우, BCL11A 유전자 인핸서 지역을 망가뜨려 BCL11A 발현을 억제함으로써 HBG 발현을 유지시킨 반면, BEAM-101은 BCL11A가 붙어 HBG의 발현을 저해하는 장소인 전사조절서열에 점 돌연변이를 일으킴으로써 HBG 발현을 유지시킨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외에도 빔 테라퓨틱스 사에서는 염기교정 기술을 이용한 체 내 유전자 편집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는데, BEAM-301과 BEAM-302가 대표적이다.
BEAM-301은 ABE mRNA와 gRNA를 지질나노입자를 통해 체 내에 직접 전달하여 G6PC 유전자의 R83C 돌연변이를 정상으로 돌려 유전성 대사 질환인 당원 병(glycogen storage disease type Ia, GSDIa)를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BEAM-302 역시 비슷하게 ABE mRNA와 gRNA를 지질나노입자를 통해 체 내에 직접 전달하여 SERPINA1 유전자의 E342K 돌연변이를 정상으로 돌려 알파-1 항트립신 결핍증(alpha-1 antitrypsin deficiency, AATD)를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5. 비욘드 크리스퍼 2 - 프라임교정 기술과 유전자 편집 치료제
염기교정 기술은 높은 효율로 타겟 염기를 치환시키지만, C-to-T, A-to-G 등 염기치환 종류에 한계가 있고, 염기서열을 삽입하거나 제거하지는 못한다. 이러한 한계점들을 넘어서는 기술로 프라임교정 유전자가위 (prime editor, PE)가 개발되었다[7]. 프라임교정 기술은 nickase Cas9 (nCas9)에 역전사효소(reverse transcriptase)를 부착하여 타겟 위치에서 주형 DNA를 직접 합성하여 편집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그림 1-가). 프라임교정 기술은 모든 종류의 점 돌연변이 뿐 아니라, 수십 bp의 작은 DNA서열을 삽입하거나 제거할 수 있어서 현재까지 개발된 기술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프라임 메디슨(Prime Medicine)사는 프라임 교정 원천기술을 보유한 회사로 현재 낭포성섬유증 (cystic fibrosis, CF), 만성 육아종 병(chronic granulomatous disease, CGD), 윌슨병(Wilson’s disease), 프리드리히 운동실조증(Friedreich’s ataxia, FRDA) 등 다양한 질환에서 프라임교정 기반 유전자 교정 치료제 개발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낭포성섬유증은 낭성 섬유증 막횡단 전도 조절자(CFTR)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하는데, 절반 이상의 환자가 3bp 염기가 결핍된 형태의 유전자형(F508del)을 가지고 있다. 이 유전자형은 프라임교정 기술이 아닌 다른 기술로는 교정 하기 어려운데, 현재 프라임 메디슨 사에서는 프라임 교정 기술을 활용하여 이에 대한 체 내 유전자 교정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크리스퍼 면역 체계를 본따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도구를 개발한 이후로, 지난 10년 간이를 개량하거나 질병 치료에 적용하고자 하는 노력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졌다[8]. 그 결과 염기교정, 프라임교정 등과 같이 높은 효율과 정밀성을 가진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되었고, 카스게비 등과 같이 다양한 유전자 편집 치료제가 개발되었고나 임상시험 중에 있다. 하지만, 현재 기술들이 완전무결하지는 않으며, 특히 유전자 편집 치료제 개발에 있어서 개발되어야 할부분들이 많이 있다.
1) 체 외(ex vivo) 유전자 편집 치료제의 경우, 현재 적용가능한 세포에 한계가 있는데, 향후 줄기세포나 오가노이드 제작 및 분화기술이 더 발전하게 된다면, 훨씬 다양한 질환과 조직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2) 체 내(in vivo) 유전자 편집 치료제의 경우, 바이러 스에 준하는 혹은 뛰어넘는 효율의 비바이러스 전달체를 개발하게 된다면 새로운 큰 혁신과 돌파구 (breakthrough)가 이루어 지리라 생각된다.
3) 현재까지 크리스퍼, 염기교정, 프라임교정 등의 유전자가위 기술들이 개발되었지만, 하나의 유전자에서 하나의 돌연변이 만을 교정하는 제한점이 있다. 앞으로 범용적인 유전자 편집 치료제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유전 변이에 작용하는 one-and-done drug을 위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바야흐로 새로운 세포-유전자 치료제(cell and gene therapy, CGT) 개발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앞으로 보다 혁신적인 유전자 편집 및 세포, 전달 기술 등의 개발을 통해 유전질환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법 개발과 이에 따른 새로운 첨단 의약학 산업이 성장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References]
[1] A programmable dual-RNA-guided DNA endonuclease in adaptive bacterial immunity
[2] A guide to genome engineering with programmable nucleases
[3] CRISPR-Cas9 Gene Editing for Sickle Cell Disease and β-Thalassemia
[4] CRISPR-Cas9 In Vivo Gene Editing for Transthyretin Amyloidosis
[5] Programmable editing of a target base in genomic DNA without double-stranded DNA cleavage
[6] Programmable base editing of A*T to G*C in genomic DNA without DNA cleavage
[7] Search-and-replace genome editing without double-strand breaks or donor DNA
[8] Genome editing with CRISPR–Cas nucleases, base editors, transposases and prime edito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