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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뉴스포럼 6호] Focus on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5-22 16:40:27 조회수 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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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의 전환과 항암면역치료 시대의 개막


도준상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면역 기능의 활성화를 통하여 암을 치료하는 항암면역치료법은 현재 학계와 의료계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활발한 연구와 임상 적용이 이루어지고 있는 항암치료법이다. 그러나, 항암면역치료법이 이렇게 항암치료법의 <주류>로 자리잡은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며, 이러한 성공이 있기 이전에는 오랜 비주류 기간을 겪으며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인고의 세월을 겪었어야 했다. 본 기고에서는 항암면역치료제가 기초 연구에서 시작해서 임상 성공을 거쳐 주류로 부상하기까지 필요했던 핵심적인 몇 가지 <발상의 전환>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도록 하겠다.


항암면역치료는 그 개념 자체가 <발상의 전환>의 산물이다. 항암면역치료의 기본 개념은 면역 기능을 활성화시켜 암을 면역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제어한다는 것이다. 이는 암을 유전자 변이에 의한 질환으로 보는 기존 개념을 면역 기능 저하로 발생하는 면역 관련 질환으로 보는 발상의 전환의 산물이다. 작년(2018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앨리슨 교수는 CTLA-4의 기능이 면역 활성을 제어하여 과도한 염증반응이나 자가면역 질환을 방지하기 위한 <면역관문(Immune Checkpoint)>이라는 것을 규명하고, 면역 관문 자체의 기능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발상의 전환>으로 면역관문 억제를 통한 면역의 활성화로 암을 치료하겠다는 개념을 제시한다. 초기에는 이러한 개념의 혁신성이 도리어 주류 학계와 제약산업계의 외면을 받는 원인이 되기도 하여, 면역관문 억제제의 초기 개발 및 임상은 대형 제약회사가 아닌 메다렉스라는 인간 항체를 개발하는 작은 회사를 통하여 이루어 질 수밖에 없었다. (면역관문억제제의 기초 연구와 개발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필자가 작년 바이오스펙테이터에 기고한 글에 자세히 나와있다[1]) 


면역관문 억제제의 임상 성공은 항암 효능 평가 지표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면역관문 억제제가 초기 임상에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한 이유는 즉각적으로 효능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암세포의 사멸을 직접적으로 유발하는 기존의 항암제의 경우 종양 크기의 감소를 영상으로 판독하여 효능을 조기에 평가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면역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암세포를 제거하는 항암면역치료제의 경우 투약 초기의 종양 크기 감소 효과는 미미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좀 더 많은 임상 사례가 모이고 임상 기간이 길어지면서, 당시 임상연구를 주도하였던 의료진은 면역항암제의 경우 초기 종양 크기 변화와 장기 임상 효능의 상관관계가 정의하기 어려움을 알게 된다. 장기 임상 효능이 좋은 환자 중 종양의 크기가 초기에 증가하는 것으로 보이거나 심지어는 전이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었으며, 이러한 이유로 임상 효능 평가를 기존 항암제와 다르게 해야 한다는 논문이 2009년 Clinical Cancer Research에 발표된다.[2] 이러한 평가지표를 기존과는 다르게 해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메다렉스 인수를 통하여 본격적인 면역항암제 개발에 나선 BMS의 Anti-CTLA-4인 Ipilimumab의 임상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Anti-CTLA-4의 임상 3상은 BMS와 Pfizer의 경쟁으로 이루어졌는데, Pfizer는 기존 항암제 개발에서 주로 사용해 온 'Median Survival'을 보고 ([그림 1]의 파란 선) '통계적 유의미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3상을 먼저 포기한다. 반면, 4년 넘게 임상 3상을 진행한 BMS는, 그 시점에서 대조군 환자가 대부분 사망한데 반해 Ipilimumab을 투입한 환자는 일부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Improved Survival, [그림 1]의 빨간 선), 그 결과 3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 이 결과는 2010년 NEJM에 발표되고[3], 이를 바탕으로 다음 해 최초의 면역관문 억제제인 여보이가 출시된다. 이러한 결과는 기존 항암제와 다른 효능 평가 기준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림 1]


현재 항암면역치료제 시장의 최강자는 머크의 키트루다다. 항암면역치료제 개발 후발주자인 머크가 BMS를 역전하게 된 배경에도 많은 <발상의 전환>이 있었다. 이러한 대역전극에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2017년 포브스에 나온 기사에 잘 나와 있고[4], 본 기고에서는 그중 첫번째 발상의 전환인 소규모로 진행하는 것이 관례인 임상 1상을 1,23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항암제 개발 사상 최대 규모의 임상 1상을 진행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만 간략히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머크의 초기 임상을 이끌던 의사는 UCLA의 리바스 박사인데, 필자가 알아낸 바에 따르면 흥미롭게도 Pfizer의 Anti-CTLA-4 임상 3상 실패를 Seminars in Oncology에 혼자 쓸쓸히 보고한 패장 출신이다. [그림 2] 그는 소규모로 시작한 머크의 Anti-PD-1 임상 1상의 초기 결과가 Anti-CTLA-4에 비하여 너무 좋아, 경영진에게 "I could not go to sleep if trial closed."라며, 임상시험 규모를 키울 것을 강력히 건의하고, 임상 1상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한 경영진은 그 규모를 계속 키운다. 그중 일부 결과로 리바스 박사가 2013년 NEJM에 발표한 논문이 흥미로운 이유는 BMS의 Anti-CTLA-4인 Ipilimumab의 치료에서 실패한 환자를 포함시켰다는 것! 여러가지 이유(소심한 복수 심리 포함?)로 그러한 임상시험을 디자인했겠지만, 이는 그가 또 다른 Anti-CTLA-4 임상에 실패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고, 그 결과 BMS의 Ipilimumab에 내성을 보인 환자도 머크의 Pembrolizumab(논문 발표 당시 이름은 Lambrolizumab) 으로 치료 가능함을 보이면서, 결국 머크의 키트루다가 BMS의 옵디보 보다 더 빠르게 FDA 승인을 받는데 일조하게 된다.

 

[그림 2] 

 

지금까지 <발상의 전환>이 항암면역치료제 개발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몇 가지 사례를 통하여 살펴보았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발상의 전환>은 단순한 엉뚱한 상상력의 산물이 아닌, 기존의 관점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현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열린 마음으로 해석하는 자세의 산물임을 이야기하고 싶다. 또한 <발상의 전환>의 산물은 대체로 사람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기에, 자신의 확신을 사람들에게 입증하기 위해서는 끈기와 집념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싶다. 

 

 

[참고문헌]
[1] http://www.biospectator.com/view/news_view.php?varAtcId=6324
[2] J.D. Wolchock et al. Guidelines for the Evaluation of Immune Therapy Activity in Solid Tumors: Immune-Related Response Criteria, Clin. Cancer Res. 15, 7412 (2009).
[3] F.S. Hodi et al. Improved Survival with Ipilimumab in Patients with Metastatic Melanoma, NEJM 363, 711 (2010).
[4] https://www.forbes.com/sites/davidshaywitz/2017/07/26/the-startling-history-behind-mercks-new-cancer-blockbuster/#6085761b948d
[5] O. Hamid et al. Safety and Tumor Responses with Lambrolizumab (Anti–PD-1) in Melanoma, NEJM 369, 13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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